홍콩--(뉴스와이어)--홍콩중문대 경영대학교가 핀테크 혁신이 신흥 시장 금융 기관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핀테크라고 불리는 금융 기술은 최근 수년 동안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식을 바꿔 놓았다. 한편으로는 자동화된 은행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고객들이 더 큰 편의성을 누리게 됐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암호 화폐, 고빈도 매매, 알고리즘 매매와 같은 새로운 기술의 출현, 디지털 지갑, P2P 대출의 등장 등 핀테크로 인해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 제공 업체가 감당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도 생겨났다. 핀테크의 파괴적인 영향력을 고려하면 핀테크가 전통적인 금융 기관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조사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연구 결과는 시장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기관의 안정성이란 보통 은행, 증권 회사, 신용 조합과 같은 기관이 금융 거래에서 각각의 역할이나 그 밖의 중개 기능을 정부와 같은 외부의 도움 없이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핀테크는 금융 기관이 투명성과 효율을 높이고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모바일 뱅킹 덕에 고객은 지점에 방문하거나 은행 직원과 상담할 필요 없이 자금 이체나 요금 지불 같은 일상적인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으로 보면 핀테크는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어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높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핀테크 덕에 금융 시장의 성과에 따라 은행에서 은행으로 현금을 빠르고 쉽게 옮기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핀테크 활동을 위해 써드파티 서비스 제공업체에 크게 의존하는 것 역시 금융 기관에 구조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대출 플랫폼은 대출자의 신용 확인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으며 이는 많은 경우 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때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중국의 P2P 대출 산업은 단 몇 년 만에 완전히 붕괴됐다. 많은 중국 P2P 대출 플랫폼이 사기, 채무 불이행, 심지어는 폰지 사기로도 피해를 입었으며 그 결과 결국 정부 단속이 이어졌다. 중국의 국가기간 뉴스통신사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천위루(Chen Yulu) 인민은행 부행장이 1월 중국 내 모든 P2P 대출 플랫폼을 제거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8000억위안 이상의 미지불 채무금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더 최근에는 중국에서 성장한 핀테크 챔피언 앤트그룹과 텐센트가 규제 당국으로부터 시스템적 재정 리스크가 위험 수준으로 축적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사업 모델에 관해 집중적인 규제 조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음 vs 양
홍콩중문대 경영대학교 핀테크학과 부교수이자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저자 중 하나인 제이슨 예(Jason Yeh) 교수는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도 있다”며 “기술의 파괴적인 본질을 고려했을 때 전통적인 금융 기관은 핀테크의 부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 핀테크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서로 상쇄하는 것처럼 보이고 핀테크를 도입한다고 금융기관이 반드시 더 취약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어느 정도 적합한 결과”라고 밝혔다.
예 교수가 데릭 펑(Derrick Fung), 리윙얜(WingYan Lee), 윈페이룽(Fei Lung Yuen) 홍콩항셍대 교수와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친구 또는 적: 핀테크가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서로 다른 효과(Friend or Foe: The Divergent Effects of FinTech on Financial Stability)’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핀테크의 부상이 금융 기관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연구진은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의 도입을 살펴봤다.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는 금융 규제 기관에서 기업이 기존의 법률에서 다루거나 허가하지 않는 새로운 사업 모델, 제품, 서비스를 (통제되고 감독받는 환경에서) 시험해 볼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방법이다. 이러한 샌드박스는 2016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후 전 세계 57개 국가에서 73건의 유사한 계획이 시행됐다.
연구진은 Thomson Reuters Datastream 플랫폼에서 2010년부터 2017년 사이 실제 운영된 전 세계 상장 은행을 모두 표본 조사하기로 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84개국 1375개 은행이 표본으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은행 안정성을 공통된 척도로 측정해 샌드박스 도입이 동일한 관할권 내 기관들의 금융 안정성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개별 기업 또는 시장의 특징이나 거시 경제적 요인과 기타 특정 은행에 한정되는 요인 등을 무시했을 때 핀테크 샌드박스가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은 서로 상쇄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핀테크가 신흥 금융 시장의 금융 기관 안정성을 높이고 선진 금융 시장의 금융 기관 안정성은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안정성과 수익성 높여
특정 시장의 특징을 살펴본 결과 이번 연구에서는 금융 포용성이 낮은 시장이라면 금융 규제 샌드박스 설정을 통한 핀테크 증진이 최소한 금융 기관의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다음과 같은 경우 금융 포용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인구 10만명당 은행 지점 수 11.7개 이하
·GDP 대비 중앙은행 자산 비율 1.6 % 미만
·산업 전반 은행 순이자 마진 2.4% 미만
·부실 여신 대비 충당금 비율 44.2% 미만
반면 금융 포용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 금융 안정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 교수는 핀테크가 수익성을 높임으로써 금융 기관의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은행 지점의 수가 11.4개보다 적을 때, GDP 대비 중앙은행 자산 비율이 1.7% 미만일 때, 은행 순이자 마진이 2.2%보다 적을 때, 부실 여신 대비 충당금 비율이 45.6%보다 낮을 때 해당 국가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설정해 핀테크를 증진시키는 것이 금융 기관의 수익성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핀테크가 신흥 금융 시장에서 금융 기관의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 연구진은 그 원인을 세 가지로 추정한다. 첫째, 핀테크는 신흥 금융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도입돼 왔으며 그로 인해 이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한 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증가했다. 둘째, 기술 기업과 협력한 결과 신흥 금융 시장에서 은행의 운영 효율이 개선됐다. 셋째, 핀테크 기업이 제공한 제품이 은행에서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를 보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은행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했으며 보완 효과가 신흥 금융 시장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예 교수는 “핀테크는 파괴적이지만 해방으로 이어지는 힘이기도 하다. 신흥 시장에서 대중의 금융 서비스 접근을 민주화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금융 포용성으로 이르는 중심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책적 함의
핀테크 산업이 계속해서 성장하면서 정책 입안자와 금융 기관은 기술의 이점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예 교수와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정책 입안자와 규제 기관이 각기 다른 시장에서 핀테크를 더 잘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연구진은 선진 금융 시장에서는 규제 기관이 핀테크로 발생할 수 있는 불안정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마련에 초점을 맞출 것을 조언한다. 반대로 신흥 금융 시장이라면 규제 기관에서 핀테크 혁신을 촉진시킬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예 교수는 “규제 기관은 어디에나 다 맞는 핀테크 규제라는 아이디어를 버려야 한다. 서로 다른 금융 시장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프레임워크를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자료: Derrick W.H. Fung, Wing Yan Lee, Jason J.H. Yeh and Fei Lung Yuen. Friend or foe: The divergent effects of FinTech on financial stability. Emerging Markets Review, Volume 45, December 2020, 100727
이 보도자료는 CUHK 경영대학교 웹사이트인 China Business Knowledge(CBK)(https://bit.ly/3swNHfZ)에 먼저 게재됐다.
홍콩중문대 경영대학교(CUHK Business School) 개요
1963년 설립된 홍콩중문대 경영대학교는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경영학 학사(BBA) 학위와 MBA, EMBA 과정을 모두 제공하는 기관이다. 본교는 현재 48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홍콩 내에서 가장 많은 경영대학원 졸업생(4만명 이상)을 배출했다.